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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 시즌 2 (Loki Season 2, 2023): 진화, 철학, 완성도, 총평

by psi700 2025.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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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공개된 로키 시즌 2는 단순한 후속 시즌을 넘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전체의 세계관과 방향성을 결정짓는 핵심 작품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시즌 1에서 시간의 흐름을 뒤흔들며 멀티버스의 문을 연 로키는, 이번 시즌에서 “신화에서 운명으로”, 그리고 “혼란에서 희생으로” 나아가는 압도적인 서사를 보여줍니다. 


1. 타임슬립에서 시간의 신으로: 로키의 궁극적 진화

시즌 2의 핵심은 단연 로키의 정체성과 존재의 진화입니다. 시즌 초반, 로키는 원치 않는 시간 간극(Time-Slipping) 현상에 시달리며, 과거와 미래를 무작위로 이동하게 됩니다. 이는 단순한 플롯 장치가 아니라, 로키가 시간의 흐름과 본질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시즌 후반부로 갈수록 로키는 시간선을 **“붙잡고 유지하는 자”**로 진화하며, 마침내 시간의 흐름을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그는 모든 시간선이 뿌리처럼 이어지는 중심에 앉아 **“시간의 신”**으로 자리하게 되죠.

이는 단순한 캐릭터 성장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로키는 이제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고, 다른 이들을 위해 희생하는 존재로 변모합니다. 시즌 1에서 “나는 나를 위해 산다”고 했던 그는, 시즌 2에서는 “모든 이들의 시간을 위해 산다”고 선언하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됩니다. 한 인물의 가장 극적인 서사적 진화가 이뤄진 순간입니다.


2. '시간의 붕괴'와 '선택의 무게': 철학적 긴장감의 정점

시즌 2는 전작보다 훨씬 더 철학적이고 감정적으로 무겁습니다. 시간선의 붕괴는 단지 시각적 위협이 아니라, 선택이란 무엇인가, 희생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특히 중심에 있는 인물 ‘실비’는 TVA가 시간을 통제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말하고, ‘로키’는 무한한 멀티버스를 유지하려면 질서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이 둘의 갈등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자유 의지와 필연의 충돌이라는 보편적 테마를 던지며, 관객에게 깊은 인식적 긴장감을 제공합니다.

또한, TVA 구성원들이 각자의 기억을 되찾고 정체성을 회복해가는 과정은 시스템 속 개인의 정체성 회복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마블 특유의 영웅 서사를 벗어난 인간적인 감정을 더욱 부각시킵니다.


3. 미장센과 음악, 그리고 연출의 완성도: 마블 드라마의 정점

로키 시즌 2는 시청각적으로도 마블 드라마 중 가장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1970~80년대 분위기의 복고적 TVA 디자인, 디스토피아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조명, 그리고 음악 감독 나탈리 홀트(Natalie Holt)의 스코어는 시간이라는 개념의 추상성과 불안을 시청자에게 직관적으로 전달합니다.

특히 시즌 피날레에서 로키가 시간선의 나뭇가지를 손으로 잡고 스스로 왕좌에 오르는 장면은 비주얼적으로도 상징적으로도 마블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이 장면은 로키라는 캐릭터의 모든 여정을 응축한 압축이며, 그를 '거짓과 배신의 신'에서 '운명과 가능성의 수호자'로 격상시키는 순간입니다.

감독 저스틴 벤슨과 아론 무어헤드의 연출은 철저히 감정선에 집중하면서도 장대한 세계관을 무리 없이 풀어냈고, 톰 히들스턴의 내면연기는 매 에피소드마다 시청자를 몰입하게 만들었습니다.


총평: 로키 시즌 2는 단지 후속 시즌이 아니다 — 마블 세계관의 방향성을 제시한 대서사시

로키 시즌 2는 단순한 속편이 아닌, MCU가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신화적 정리와 도약의 계기입니다. 기존 히어로물이 반복해온 액션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철학과 감정, 희생과 운명을 중심으로 한 깊은 서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냈습니다.

이제 로키는 단지 ‘사라졌던 동생’이 아닙니다. 그는 모든 가능성의 수호자, 시간의 왕좌에 앉은 존재, 그리고 마블 세계관이 다시 궤도에 오르게 만든 가장 인간적인 신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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