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한 위로, 과자 한 봉지
매번 다이어트를 다짐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단것을 참 좋아합니다.
퇴근길, 홀린 듯 편의점에 들러 과자 한 봉지를 집어 듭니다.
제 뇌에서는 벌써 "일하느라 고생했으니까"라는 달콤한 속삭임이 시작됩니다.
그 비겁한 위로에 취해 봉지를 뜯는 순간,
"다이어트 해야지!"라는 다짐은 이미 쓰레기통에 처박혀 있습니다.
산 것도 문제지만, 진짜 범인은 내 손 닿는 곳에 그리고 보이는 곳에 놓인 '과자 봉지',
그걸 허락해버린 내 뇌의 본능이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내 의지가 약한 게 아니라, 눈앞의 과자 봉지가 유혹의 설계자였습니다.)
투자는 왜 다이어트만큼 힘든가 : 파란 숫자는 과자였다
투자도 똑같았습니다.
파란 숫자가 내 자산을 갉아먹고 있을 때,
제 뇌는 다시 한번 속삭였습니다.
"오늘 온종일 차트 보느라 고생했으니, 뭐라도 해서 이 불안을 끝내고 본전을 찾아라."
다이어트를 망치는 과자처럼,
매매를 망치는 파란 숫자는 저에게 '과자'였고 이성은 곧 마비되었습니다.
맹수 앞에 선 원시인처럼 "일단 먹어(생존 에너지 확보)"와
"일단 팔아(생존 위협 제거)"라는 생존 본능이 이성을 앞서버렸습니다.
21세기를 살고 있지만,
제 뇌는 여전히 눈에 보이고 손에 닿는 자극에 즉각 반응하도록 설계된 원시인의 뇌에서 못 벗어났죠.

(눈앞의 자극에 즉각 반응하는 것이 생존 본능...)
지식보다 시급한 '환경 설계'
결국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환경'이었습니다.
내 손 닿는 곳에 놓인 과자 봉지가 문제 였듯이,
투자에서도 언제든 누를 수 있는 매수/매도 버튼과 실시간 차트가 눈앞에 있는 게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살아남기 위해 '족쇄'를 채우기로 했습니다.
과자를 사오는 행위가 줄어들면 덜 먹게 되듯이,
차트와 매수 버튼 사이에 '기록'이라는 물리적 거리를 두는 설계입니다.
머릿속에만 맴돌던 막연한 불안과 욕심을 문장으로 정리하며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마구잡이로 내 기준을 깨버리는 그 '정신나간 미친 거래'는 제발 좀 그만하고 싶습니다.
지금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것입니다.
비겁한 본능의 속삭임이 잦아들 때까지 저 자신을 "기록이라는 울타리에 가두기".
이 사소한 장치가 모여 저만의 시스템이 될 거라 믿습니다.
그래야 생존이 가능할 것이라구요!
오늘도 그냥 내 의지는 쓰레기이고, 본능에 족쇄를 채우며 글을 마칩니다.

(본능을 가두기 위해 기록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왜 제가 그 많은 족쇄 중에 하필 기록을 선택한건지,
내일은 [003] 매수버튼 앞에서는 뇌가 로그아웃 되버리는 이유에서 적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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